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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환 시인, 군함도 강제노역 비판한 ‘섬모기 입술침은 길고’발표

기사승인 2017.09.04  11: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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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리토피아> 2017 가을호 신작시 발표 화제

윤종환 시인
[뉴스에이=전국 취재국 김정석 국장] 전국 계간문예지 ‘리토피아’가 9월 4일 발간한 2017년 가을호에 윤종환 시인이 일본의 군함도 조선인 강제노역 사건을 비판한 시를 발표해 화제다.
 
작품은 ‘섬모기 입술침은 길고’라는 제목으로 신선한 비유를 통해 당시 일본의 만행을 풍자하고 반성과 자기성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윤 시인의 작품은 2015년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 등록을 신청한 23개 근대산업시설 가운데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졌던 군함도 등 7개 시설에 정보센터 건립 등 강제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조치를 약속했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는 일본에 던지는 경고이기도 하다.
 
특히, “세상이 손뼉 칠 때/납작한 죽음으로 남을 운명/벌레의 입술침은 길지만/주둥이가 길어 얼마 못 갈 숙명/섬모기 입술침은 길지만/박멸撲滅의 순간은 폭발처럼 짧다”는 주목할 부분이다.
 
영화 ‘군함도’에 이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기 위한 노력이 문화예술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로서, 이번 작품 발표의 의의가 크다.

한편 윤종환 시인은 2015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2016년 국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대한민국인재상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시집 ‘별빛학개론’이 있다.

다음은 그의 시 ‘섬모기 입술침은 길고’의 전문이다.
 
섬모기 입술침은 길고
 
바다 건너 외따름한 섬에는
유난히 주둥이 긴 모기들이 산다
성충은 정신없이 비행하다
사람의 연약한 살갗을 더듬이로 훑고
기다란 입술침을 사정없이 꽂는다
제 입바늘 속으로 억울한 핏방울이 솟는데
길이가 천백 미터
빨아먹기도 힘들 텐데 독충이구나
붉은 피가 잔인하게 흡입된다
 
그 관을 들여다보니
탄광처럼 비좁고 어두운 골목에
분진粉塵의 사내들이 백혈구처럼 뛰다닌다
오래 피를 빨다 지친 주둥이에서
소화불량으로 가스 뿜어 나올 때
그들은 강제로 약이 되었다
활명수도 안 통하는 고온의 입술침에
몸부림치는 면역 작용
세포막 하나 없이 갱도에 부딪히다
핏방울은 석탄처럼 탁해져 간다
모기의 뱃속을 향해 간다
 
이들 중에 별종이 있는데
종자種子는 불분명
사람 피 좀 같이 빨아보겠다고
어찌나 앞다리 뒷다리를 잘 비벼대는지
살충제도 듣지 않는 녀석
섬모기 입술침보다 배가 두꺼워
찔리면 주삿바늘보다 아프단다
 
얼마나 빨아댔는지
부풀어 오른 배 풀려버린 눈
무겁고 뚱뚱한 노안老眼의 비행은 곧
생을 마감할 터인데
기다란 침 하나 믿고 여태 날고 있다
 
세상이 손뼉 칠 때
납작한 죽음으로 남을 운명
벌레의 입술침은 길지만
주둥이가 길어 얼마 못 갈 숙명
섬모기 입술침은 길지만
박멸撲滅의 순간은 폭발처럼 짧다

뉴스에이 김정석 rla7970@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에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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