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기사승인 2020.11.26  04:32:45

공유
default_news_ad1

- “엄마로 살아온 시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날이었다.”

[뉴스에이 = 박일순 기자]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이 최초 제정된 지 30여년이 흘렀다. 고용평등은 물론 일, 가정의 양립은 여전히 구호에 머문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지역소멸론을 거론하며 내놓는 저출생 해법이 유명무실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사회구조. 임신, 출산, 육아는 노동과 밀접하다. 양육자가 아이를 낳고 기를 시간과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는 모든 책임을 개인, 특히 여성에게 전가시킨다. 고작 ‘수당’ 몇 푼에 아이를 낳으라고 종용하고, 돌봄의 의무를 지운 다음 선택을 강요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든지, ‘자발적’ 퇴사를 하든지 둘 중 하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주장하던 기자였던 저자는 아이가 만 세 돌이 되던 해, 독박육아를 멈추고 소위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었다.
 
살림은 빠듯한 집이었지만, 주체적이고 할 말은 하는 아이로 자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여학생 가슴을 만지는 선생에게 “야, 이 XXX아!”라고 욕설을 퍼부었고, 중학교 때, 농띠(노는 아이)의 전형, 숏컷에 5:5 가르마를 고수했다. 무채색 구두와 운동화가 학칙이었던 고등학교 때, 흰색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빨강 운동화를 신고 등교했고, 대학 때는 무지개 레깅스에 광택 나는 분홍 블루종과 빨간색 스커트를 입었다.
 
삶의 고비마다 산을 오르며 단단하게 살아가던 저자가 여성으로서의 약자성을 인식하게 된 ‘페미니즘 모멘트’는 기자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기자는 물론 취재원의 성별과 연령의 쏠림 현상이 심한 기자 사회에서 기자가 아닌 여성으로서 자기 검열과 자기혐오를 자연스레 체화했다. 이는, 기혼 유자녀 여성 정체성이 더해지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 것인데 주부, 전업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따끔거렸다. 비경제활동인구 통계 속 ‘숫자’로만 존재하는 듯 자연스레 숨죽이고 살았다. 점차 사회적 연결망이 사라졌다. 자기만의 언어도 잃어갔다. 대신 불안을 얻었다. 예측 불가능한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안온하고 안전한 양육환경을 만드는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불안과 끝없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아이를 기르는 육아에서, 나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육아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찾아왔다. 엄마 정체성을 잠시나마 떨쳐낼 수 있는 시간과 장소,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그렇게 엄마가 되고난 뒤 처음으로 여행길에 나섰다. 늘 꿈꿔왔던 곳, 히말라야.
 
엄마, 여행. 한번 달라붙으면 떨어질 줄 모르는 이름 엄마, 떠남의 가장 적극적인 행위 여행. 얼마나 간절하면서도 요원한 조합인가.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는 사회가 부여한 가짜 엄마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자 했던 한 개인의 성장기와 더불어, 위태롭고 불안한 우리 사회의 기혼 유자녀 여성, 특히 경력단절여성의 소수자성을 담아냈다. “약자성에 머무르지 않고 교차성”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 “엄마로 살아온 모든 시간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날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우리들 각자의 노력이 변화를 이끄는데 기여했으리라는 긍정도 중요하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을 통해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돌봄을 사회적 의제로 전환하고, 착취와 차별, 혐오를 넘어선 사회를 위한 연대를 제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많은 엄마들, 여성들, 약자들이 세상에 나와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모두가 발화의 주체가 될 때 우리 생이 더 다채로워지리라 믿는다. 투쟁은, 글쓰기는 계속되리라.
 

박일순 기자 newsa@newsa.co.kr

<저작권자 © 뉴스에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